건축을 한다는 것 그리고 건축설계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조물주가 우주를 창조하듯 그렇게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건축과 맺은 인연은 1970년 대구공고 건축과를 입학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당시 설계와 제도의 차이점을 말해보라는 물음에 그 뜻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했던 나는, 오늘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건축설계란 무엇인가?
건축설계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오로지 건축사로서 한 길을 걸어온 나이지만, 여전히 나는 지금도 헤매고 있고 그 답에서 멀리 있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나의 철학과 사고를 담은 설계도면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 유흥재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의 사고와 의식의 흐름은 오직 나만의 느낌과 감정을 실어서 손끝에서 선과 기호 그리고 글자로, 그렇게 도면으로 완성된다.
이젠 느낌만 남아 황혼에 물든다.
세상에 물들지 않는 아름다운 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간절한 마음들을 보둠어 주고 싶다. 비록 세상의 그물이 그를 덮을 지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설계자는 남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과 토닥거림이 그리워, 온 마음으로 고민하는 동반자라고 말해주고 싶다.